#김수정
☆학교 올라오는 길 보면 매일 야자 끝나고 집에 빨리 가려고 너랑 뛰던거 생각나고 매점 존보면 거기서 놀고있는 너 생각나고
운동장 방송 스피커보면 음향체크하느라 뛰어다니던 니 생각이나.. 지금도 니 번호로 전화하면 니가 받을 것 같은데 신호만가네
언니 이제 대학생이라서 너한테 해줄게 많은데 정말해주고 싶은게 너무 너무 많은데 해줄수가 없어서 자꾸 눈물만 나.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해 내 동생 수정아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사랑해♡
넓은 청보리밭에 나타난 귀여운 곰세마리가 너무 귀여워 쓰다듬으려 손 내밀자 아빠의 가운데 손가락을 깨무는 바람에 놀라 꿈에서 깨는 태몽으로 수정이는 세상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곰에 물려 피가 난 가운데 손가락의 아픔과 태몽의 의미를 아빠는 오내도록 알지 못했습니다.
수정이는 위로 언니와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세자매중에 둘째입니다.
"넌 우리집 큰 아들이야"
셋중에 유독 활발한 운동을 좋아하고 씨름이메 권투며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수정이에게 아빠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아들처럼편하게 대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피구시합이 열리면 급우들은 서로 수정이와 같은 편이 되려고 했답니다.
엄마에게도 수정이는 의지가 되는 딸이었습니다.
가녀린 언니나 동생에 비해 그중 튼튼하고 건강했던 수정이는 시장 볼때나 쓰레기를 버린
릴때나 힘든일을 도맡았고 심지어 쌀자루도 번쩍 들어 나르곤 했답니다.
"야, 쓰레기 빨리 주워 수정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맞아 , 맞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기본 질서를 중시하는 반듯한 성품이었으나 그렇다고 꽉 막힌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웃기도 잘하고 장난도 잘치는 수정이는 친구들과 가족에게 해피바이러스 였습니다.
"방송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갈래요"
중학교때부터 VJ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던 수정이는 단원고를 선택하여 입학후 방송부에도 합격하며 정말 좋아 했습니다.
학교내 촬영은 물론 안산.경기 영상 제작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전국 규모인 "청소년영상제작동아리MFS"에 가입하여 운영진까지 맡았던 수정이였습니다.
고등학교 스물네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생활했던 수정이는 "금요일 함께 점심을 먹는 9반 모임"인 "금구모"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대나무 숲의 바스락거림을 좋아했던 수정이.
수정이는 학교에서도 "엄마같은 학생"이였습니다. 늘 소외된 아이들과 짝꿍이 돼 친구들을 보살폈다고 합니다.
딸만 셋인 수정이네는 저마다 방이 있지만 수정이와 언니 열다섯 살짜리 여동생은 날마다 거실에서 까르르 수다를 떨다 함께 잠이들곤 했는데 2014년 4월16일 이후,
엄마 아빠는 더이상 딸들의 수다를 들을수 없습니다.
"출발 장면부터 찍으려면 서둘러야해"
4월 15일에도 수정이는 꼭두새벽에 일어났습니다. 행여 식구들이 깰까봐 현관문을 조용히 닫고, 일곱 살 때부터 오르내리던 계단을 사뿐사뿐 걸어 내려 갔습니다.
그길로 수정이는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갔습니다.
태몽처럼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린 수정이가 보고 싶으면 아빠는 옥상에올라가 하늘을 바라봅니다.
수정이는 화성효원추모공원에 잠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