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안>에 대하여](2016.12.28)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예은아빠 유경근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월 23일에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정식명칭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이하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로써 적어도 2017년 11월 17일에는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너무 오래 걸리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계십니다. 또한 수사권/기소권이 반영된 법안인지 궁금해 하십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1. ‘신속처리안건’이라면서 1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너무 늦는거 아냐?
맞습니다. 이건 신속처리안건이 아니라 ‘지연’처리안건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협의회는 국회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데 대해 동의했습니다. 여야합의를 통한 법안 제정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여당은 세월호 관련한 어떠한 논의/협상도 거부해왔습니다. 만일 논의/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진상규명특별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법안을 합의하여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속한 제정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1기 특조위의 한계를 반복하지 않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되지도 않을 여야협상을 시도하면서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또 특별법 같지도 않은 특별법을 만드느니 330일 후에 우리가 원하는 특별법을 만드는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 본회의 상정을 더 앞당길 수는 없을까?
그럴 수 있습니다. 330일은 최대 기간입니다. 만일 여야가 합의한다면 이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도 각 상임위 통과는 물론 본회의 상정도 얼마든지 더 일찍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18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면 됩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60%의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법안은 본회의에 바로 상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갈라지면서 혹시라도 “개혁보수신당”이 힘을 모아주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친박/비박 모두 세월호 문제만큼은 “절대반대”라는 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계속 시도는 하겠지만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습니다.
3. 내년 봄에 인양을 한다는데, 특조위 없이 제대로 된 선체조사가 가능한가?
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아직 “특별법 개정안” 처리 시도를 포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떻게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특조위가 존재하건 안하건 선체인양 후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조사는 정부와 싸워서 반드시 따내야 할 과제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곳이 바로 2017년 1월 7일 출범선언을 할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입니다.
4. 그렇다면 이 법안에 수사권/기소권이 있는가?
이번 법안에서도 결국 특조위에 특사경을 배치하는 형태의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특조위가 수사권/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⑴ 특검후보 추천을 특조위가 단독으로 하게 했습니다.
⑵ 특검요청횟수 제한을 없앴습니다.
⑶ 국회 소관상임위는 1개월 이내에 특검요청안 심사를 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이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했습니다.
이 외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⑴ 특조위원은 9명(여당3, 야당6)으로 구성합니다.
⑵ 특조위 활동기한은 기본 2년 + 연장 1년, 총 3년입니다. 그러데 이 기간 중 인양이 안되거나 늦게 되서 특조위가 선체조사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선체를 육상에 거치한 후 8개월간 자동적으로 더 활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⑶ 특조위원장을 ‘중앙관서의 장’으로 규정함으로써 예산을 기재부와 직접 협의할 수 있게 했습니다.
⑷ 사무처장은 위원장의 지휘를 받아 사무처의 사무와 사무처 소속직원들만을 관장/지휘/감독하게 했습니다.
⑸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지원 소위원회 등 4개의 소위원회를 두며, 각 소위원장은 위원장의 지휘를 받아 해당 소위원회의 업무와 소속 직원을 관장/지휘/감독하게 했습니다.
⑹ 벌금과 과태료를 일부 강화했습니다.
⑺ 그리고... 이 법안에서 정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게 함으로써 정부시행령이 필요없게 만들었습니다.
5. 여소야대가 되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단 몇개월 후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혼란한 이 시기에 하루라도 빨리 특별법 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보험에 들었다고 놀고먹는 사람이 없듯,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했다고 해서 11개월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 이전에 특조위를 부활시키거나 새로 만들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리고 특조위 존재유무와 관계없이 선체인양을 통한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조사를 위한 싸움도 해나가야 합니다.
6.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가 특조위의 공백을 잘 메우고, 나아가서 제2기 특조위 구성의 원동력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