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민변'에서 주최하는 인권보고대회에 '광화문 사람들'이라는 대담에 초청되어 지난 3년 간의 소회를 말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 광화문 세월호 광장 ‘진실마중대(서명대)’에서 3년 째 서명을 받고 있는 박성영입니다. 혹시 오는 12월 20일이 무슨 날이었는 줄 아십니까? 공휴일로 표시되어 있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달력을 보며 의아해 했습니다. 아! 19대 대통령 선기일이었더군요. 요즘도 가끔 최악의 악몽을 이야기합니다. 박근혜가 탄핵되지 않고 이번 대선에서도 김무성이니 홍준표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채 선거를 치렀을 2017년 대선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또 다시 악몽의 긴 터널, 암흑의 세월을 견뎌야하나. 그야말로 생각하기도 끔찍한 참담한 상황이었겠죠. 작년 8월,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 해산됐습니다. 마지막 끈마져 끊어져 버렸습니다. 특조위원들과 세월호 가족들은 50일 가까이 사생결단식을 하였지만 불통의 박근혜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참사 후 지난 3년, 세월호 가족들과 그들과 함께한 활동가들 모두에겐 정말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지난 탄핵 정국 때 겨울 내내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다지만, 사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매일 촛불을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원래 세월호 기족 농성장입니다. 참사 그해 7월 가족들이 농성을 시작하였고 유민 아빠 김영오 님은 46일 간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그 후 가족들과 시민들이 상주하며 세월호 싸움의 상징이 된 공간입니다. 지금은 분향소, 전시관, 서명대, 리본공작소, 천막카페(잠시 휴업 중)가 있고, 상황실에서 전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픈 마음으로 찾는 공간이고 특히 광화문으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 중에 서명대(진실마중대)는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는 서명을 1년 365일 쉬지 않고 받고 있습니다. 서명대에 있다보면 감동적인 일도 많습니다. 2년 전에 한 앳된 젊은이가 416연대 CMS회원에 월 2만원 회원 가입을 신청하기에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랬더니 자기는 좀 있다 군대를 가는데 군대가서 월급나오면 그걸로 이체하겠다고. 그래서 서명지기 아줌마가 학생이 제대해서 여기에 다시 오면 그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서명대에는 84세에도 매일 나와서 서명을 인도해주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학생들이 자원 봉사로 오기도 하는데, 지난 3년간 끈질기게 서명대를 지키고 있는 분들은 주로 4∼50대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입니다. 그 중에는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능통자가 있어 외국인들의 서명을 받기도 합니다. 서명하는 분이 울면서 서명하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서명받는 분이 설명하다가 울분에 복받혀서 말을 못 잇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간 세월호 투쟁에서 이긴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에서 65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었고, 30만의 서명을 받아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을 받아냈고, 민간잠수사 무죄 탄원 서명도 승리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승리는... 박근혜를 끌어 내렸다는 것입니다. “이게 나라냐?”의 시작이 세월호 투쟁이었고 어느 투쟁에서나 가장 앞에 서서 그 모진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지난 11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역시 짧은 사간에도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그 책임자들을 모조리 처벌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 제대로 다시 시작합니다. 근데 언제까지 할 거냐고요?(극히 일부의 물음에 대한 답변) 세월호 가족들이 "이제 됐다. 그만하자."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하겠다는 게 처음 약속이자 다짐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가겠습니다. 끝으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싸움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님을 기억합니다. 앞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싸움에서 여기 계신 민변 변호사님들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덧붙힘. 제주에서 귤 농사짓는 친구가 귤 세 박스를 광화문 서명대로 보냈다네요. 이런 마음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맛나게 먹고 잘 싸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