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모질고 서러운 1,462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국민들에게도 서럽고 모진 날들이었습니다. 함께 흘린 눈물이 강물이 되어 온갖 더러운 것들을 끌어안고 흐릅니다. 이제 탁해진 강물을 맑게 정화해 모든 생명이 편안히 숨 쉬고 마시게 해야 합니다.
세월호참사 304분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악한 정권과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 때문에 저희 피해자들 못지않은 고통을 겪은 시민들께도 위로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웃의 희생과 고통을 기꺼이 함께 나누며 저희 피해자들의 곁을 지켜주신 안산시민들께 각별히 감사드립니다. 어디서든 적어도 한 번은 우리 아이들과 마주쳤을 안산시민들께서 아이들의 웃음을 기억하며 저희를 위로해주셨기에 그토록 모질고 서러운 날들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참사 4주기인 오늘, 우리는 <세월호참사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을 합니다. ‘아직 떠나보낼 수 없다’, ‘이제 비로소 진짜 진상규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국민들의 외침 때문에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오늘 비록 304분 희생자들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을 하지만 이 자리는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이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검찰 특별수사팀>, <감사원 특별감사팀>은 침몰원인과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합니다.
이제 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사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진정한 추모는 애도를 넘어 기억하고 교훈을 나눔으로써 참사의 반복을 막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희생자들을 기꺼이 품에 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다시 억울한 희생자와 유가족이 생기지 않게 하라는 것이 304분 희생자들의 마지막 바람이자 유일한 꿈이기 때문입니다.
안산은 반드시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꼭 부탁드립니다. 세월호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하며 허위사실을 유포, 선동하는 행위를 중지해 주십시오. 안산이 세월호참사를 극복하고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면 진정한 추모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뜻을 모아주십시오.
‘생명과 안전의 도시, 안산’ 그리고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까지 1,462일만큼 가까워진 오늘은 ‘304분의 꿈’을 반드시 우리가 이루어내겠다고 다짐하는 새로운 날이기를 바랍니다.
2018년 4월 16일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