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3년 지연된 이유, 정확히 알려드립니다
[세월호 팩트리포트 4호] 돌고 돌아 2014년 4월 해경-언딘이 제시한 방법으로 인양
지난 3월 23일, 3년 동안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세월호가 비로소 물 위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3월 25일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화이트마린호)에 안착되었고,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세월호는 3월 31일 마침내 목적지인 목포신항에 도착하였다. 공교롭게도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는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지난 3년 동안 바다 속 세월호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세월호 인양은 왜 이렇게 늦게 이루어진 것일까? 세월호는 왜 그렇게 많이 훼손되어야만 했던 것일까? 세월호 안에 있어야 하는 시신과 유품은 유실되지 않고 제대로 있을까? 진상규명을 위해 확인이 필요한 설비들은 다 온전하게 존재하고 있을까?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 많은 질문들 중에서 우리는 두 가지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첫째는 "해수부는 고의로 인양을 지연시켰는가?", 둘째는 "해수부는 고의로 세월호 선체를 훼손하였는가?"이다. 답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그렇다'이다.
그런데 우선 세간에 존재하는 잘못된 이야기 하나를 먼저 해명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대중적으로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매우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는 "유가족들이 반대하여 정부가 인양을 안 해왔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세월호가 올해에 와서야 인양된 것은 결코 아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있고, 그 이후 잠수를 통한 시신 수습 작업이 있었다. 시신 수습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유가족들이 인양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중 수색을 통한 시신수습이 한계에 도달하자 2014년 11월 11일 미수습자 유가족들의 양해 속에서 수중수색이 중단되었고, 그 이후부터 유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가 인양되기를 바랐던 것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2014년 11월 11일부터 최대한 빨리 인양을 할 수 있도록 서둘렀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매우 이른 시기에 이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함을 확인하였음에도 그 발표를 늦추었고, 이미 진행하였던 동일한 수중 조사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시간을 끌어 왔다.
정부의 세월호 인양 과정을 개념적으로 구분하면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소위 '언딘 단계'라 부를 수 있는 시기로,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부터 언딘이 인양 참여를 포기하는 2014년 5월 7일까지다. 언딘은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해경과의 유착 의혹으로 말이 많았던 기업이었는데, 역시나 해경은 한참 시신 수습이 진행되고 있어 인양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던 참사 초기에 언딘을 인양 공식업체로 선정하고 인양작업을 진행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소위 'TMC 보고서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가 TMC와 협정을 체결하는 2014년 5월 4일부터 TMC 보고서가 나오는 5월 23일까지의 시기이다. 2014년 5월경 해경과 언딘 사이의 유착의혹이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영국업체 TMC에 자문을 요청했고 이후 TMC사와 인양 관련 컨설팅 협정을 체결한다.
이 협정에 따라 TMC는 국내외 8개 인양 전문 업체에 세월호 인양 입찰 참여를 위한 기술제안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다. 이에 인양 참여 포기를 선언한 언딘을 제외하고 7개의 업체가 기술제안서를 보내왔고, 7개 업체의 인양방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TMC는 2014년 5월 23일 해수부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 보고서는 7개 업체의 인양방식을 모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대신 대안적인 방식을 제안하였다. 당시 보고서에서 TMC는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인양을 위한 적절한 방식까지도 제시하였다. 2014년 5월에 이미 세월호의 인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TMC 보고서 이후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는 여론에 따라 일단 입찰 절차는 일단 중단된다.
세 번째 단계는 소위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 단계라 할 수 있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의 시기이다. 2014년 11월 11일 수중수색이 중단되고 해수부는 11월 24일 기술검토 TF를 발족시킨다. 그렇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빠르게 인양이 추진되었어야 하지만 해수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이 흘러 2015년 4월 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발언을 한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4일 뒤인 4월 10일 기술검토 TF는 '세월호 인양 기술검토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발표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부는 이미 2014년 5월 TMC 보고서를 통해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일정한 인양방식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 4월에 와서야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월호의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함을 발표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술검토 TF의 발표는 2014년 5월 TMC 보고서의 내용과 대단히 흡사했다. 비슷한 결과를 발표하는데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분명한 고의 지연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업계 관계자들 가운데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당시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인양하느냐가 문제였을 뿐 인양의 기술적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던 상황에서 정부는 2015년 4월에 이르러서야 겨우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네 번째 단계는 '상하이샐비지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으로, 2015년 4월부터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의 시기이다. 2015년 4월부터 해수부는 인양 작업에 착수하기는 한다. 5월 22일 입찰공고를 내고, 심사 과정을 거쳐 8월 4일 마침내 중국의 상하이샐비지와 한국의 오션C&I 컨소시엄이 인양업체로 선정된다.
이후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을 위한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2015년 9월 사전보고서를 제출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이전에 활동했던 선체처리 기술TF와 동일한 사항을 중복해서 조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의도적인 시간끌기를 의심하게 한다.
크레인 방식 vs. 잭업 방식
다음으로는 인양 공법의 지난한 변경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인양 공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크레인 방식과 잭업(Jack-up)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크레인 방식은 선박을 단단히 고박해 고리에 건 다음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공법이다. 크레인 방식의 장점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쉽고 저렴하다는 것인데, 단점은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면 선체가 흔들리고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낙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인 방식의 개념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다음으로 잭업 방식은 선박의 양측에 바지선을 설치하고 유압방식으로 양쪽 바지선에서 선체를 번갈아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잭업 방식의 장점은 대형 선박이라도 선체 손상 없이 안정적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점은 잭업 장치를 지지할 바지선(재킹바지선)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아, 공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잭업 방식의 개념도는 아래와 같다.
돌고 돌아 처음으로... 인양 공법 변경의 지난한 과정
그럼 이제 세월호 인양공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제기되고 시도되었던 공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 2014년 4월 해경-언딘 방식(잭업 방식)
② 2014년 5월 23일 TMC 추천 방식(크레인 방식)
③ 2015년 4월 10일 선체처리 기술검토TF 방식(크레인 방식, 부력재 위험성 지적)
④ 2015년 8월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업체로 선정되고 진행한 방식(크레인 방식+부력재)
⑤ 2016년 11월 11일부터 실제 인양을 수행한 방식(잭업 방식+부력재 사용하지 않음)
우선 2014년 4월, 아직 언딘이 인양 절차에 참여하고 있을 때 해경, 해군, 언딘 그리고 민간전문가 등이 회의를 거쳐 결정한 방식은 잭업 방식이었다. 이 시기의 회의에서는 해상크레인을 이용하는 방식은 인양 하중이 초과하기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야기 되었다.
그러다 2014년 5월 23일 TMC의 보고서에서는 해상크레인을 이용하는 방식이 추천된다. 그리고 크레인 방식은 이후 2015년 4월 선체처리 기술검토TF의 발표에서도 동일하게 제안된다. 그런데 선체처리 기술검토TF의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부력재를 사용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부력재를 사용하면 선체의 자세 변화나 중량 변화 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경고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5년 8월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가 추진한 방식은 해상크레인 방식과 부력재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일찍이 해경이나 해군 등이 하중 초과로 적용불가하다고 판단했던 해상크레인 방식과, 선체처리 기술검토 TF가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던 부력재 방식이 결합된 최악의 조합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인양을 진행하다 결국 2016년 11월 11일 인양 공법을 변경하게 된다. 그때 변경된 방식이 실제 인양을 수행한 방식으로서 부력재는 제거하고 잭업 방식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2014년 4월 최초의 인양 공법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는 물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제 세월호 선체 훼손 문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3년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세월호는 너무나도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스테빌라이저, 앵커(닻), 불워크 그리고 선미 좌현 램프 등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모두 절단되어 있었다. 특히 불워크의 경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작업중지 요청안까지 보냈음에도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이를 묵살하고 작업을 강행하였다.
또한 부력재를 넣기 위해 추가적으로 100개가 넘는 천공이 뚫렸고, 주요 증거부위가 훼손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선체처리 기술검토 TF에서 위험성을 경고한 부력재 방식을 채택한 것도 문제지만, 그 방식을 추진하기 위해 100개가 넘는 구멍을 세월호에 뚫은 것이다.
이상 세월호의 인양 지연문제와 선체 훼손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유실방지 대책에 있어서도 해수부와 상하이 샐비지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유해나 유품이 유실되지 않도록 유실방지망이나 유실방지 펜스 등 다양한 유실방지 대책을 세웠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문제들 역시 반드시 진상규명 되어야할 과제들이다. 세월호 인양을 방해했던 세력들이 바로 향후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할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인양했던 목적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미수습자를 수습하기 위해, 둘째 희생자들의 유품을 수습하기 위해, 셋째 침몰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넷째 선체를 보존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끝으로 인양 전에 작성된 글이지만 왜 세월호를 인양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을 하나 인용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혹자는 "인양비용이 소요되니 인양을 하지 말자"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는 "침몰선박 및 해역을 추모해상공원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침몰 선체를 해저에 그대로 둘 경우, 선체 및 잔해가 태풍과 같은 기상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 있고, 이는 선박 운항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방치할 수 없다. 만약 선체를 고정하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비용 측면에서 차라리 인양하는 것이 관리하는 것에 비해 더 적게 든다. 우선 현재 사고해역은 수로, 어장 등으로 100% 활용되고 있는 공간인데 추모해상공원으로 할 경우 다른 기능을 포기해야 되므로 곤란하다. 육지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토지를 모두 매수해야 공원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해양에서 일정 장소를 공원으로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수로에 침몰선박이 해저에 있다는 것을 세계 모든 선박에 알려야 하므로 해도를 고쳐야 하는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침몰선박을 고정하고 관리하거나 오염원을 제거하는 등 단기적으로도 많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수로를 외해 쪽으로 이동하여 설치할 경우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 외에도 시신수습이나 사고원인 확정 등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공동성, 심동현, 윤기웅(2016), 『세월호 침몰: 한국 재난 거버넌스의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