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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팩트리포트 5호] 세월호 침몰 당일 '전원구조 오보' 전말2017-10-18 10:13
카테고리진상규명
작성자 Level 10

[팩트리포트 #5] 세월호 침몰 당일 '전원구조 오보' 전말

세월호 참사 1보 전한 앵커의 '눈물'

노동조합에 책임 미룬, 방송사 간부

"박OO 대표로부터 전화가 와 '세월호 사건 뉴스 봤냐? 해경으로부터 요청이 왔는데 세월호에 가보자'하여 제가 '알겠다. 어떤 장비를 챙겨가야 하냐'고 하자 박OO 대표가 '후까 장비를 챙겨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였다. 그래서 후까 장비 등을 준비하려던 찰나에 뉴스에서 '전원구조' 방송이 나와 다시 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에 전원이 다 구조가 됐다고 하는데 굳이 번거로운 후까 장비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겠냐. 공기통과 기본 잠수장비만 챙겨가겠다'고 한 후 공기통 8개, 수중랜턴 1개, 스쿠버 장비 1세트를 준비하여 북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산업잠수사 A씨. 민간잠수사보다 수중 공사 경험이 더 많은 산업잠수사인 그는 스스로 난이도 있는 업무를 수행하고, 수중 잠수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곤 주저 없이 현장으로 갈 준비를 서둘렀다(언딘 사건 관련 공판 기록 중). 일체형 잠수복으로 수중 작업이 어려운 일명 '머구리'와 달리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후까'는 선박 내부 진입 시 반드시 필요한 장비라고 한다. 오후 1시 30분 현장에 도착한 A씨 등은 3009함에서 회의를 했다. 당시 그는 목포서장 등에게 '후까 장비를 가지고 오면 선내 수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당일 수색 작업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 TV프로그램은 '최악의 오보'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꼽기도 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전원구조 오보의 영향을 뛰어넘는 보도는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단원고 유가족들은 지금도 '전원구조 뉴스' 보도를 보면 눈물을 짓는다. 참사 당일 단원고 강당에서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소식에 환호하며 안도했던 그들. 한 아버지는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직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무사한 아이들을 데려올 생각만 하던 그들은 진도에 거의 다 도착해서야 구조가 거의 다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다. 그 절망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가족, 미수습자들과 온 국민들의 몫이 됐다. 있을 수 없는 오보는 왜 일어났고,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됐던 것일까.

반복적 '전원구조' 보도, 11시 전 "탑승객 바다로 뛰어내려"

전원구조 오보는 2014년 4월 16일 MBN(11시1분7초께), MBC(11시1분26초) SBS(11시2분12초), YTN(11시3분58초께) 순으로 자막 형태로 보도됐다. KBS는 오전 11시26분10초에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자막을 내보냈다. 자막 보도에 이어 KBS를 비롯해 대다수 방송사들은 앵커와 기자의 멘트로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된 것으로", "다행히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공식적인 집계로는 모두 구조됐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참사 발생 초기 스튜디오의 앵커나 기자들은 제대로 된 상황을 알기 어려웠고, 고작 몇 줄의 간단한 내용이 적힌 리포트만 들고 몇 시간씩 특보를 진행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 없는 멘트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SBS는 11시 19분, MBC는 11시 24분, MBN은 11시 27분 오보를 정정했지만, 이미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후였다. 타사보다 늦은 시각에 전원구조 오보를 낸 KBS. 그러나 정작 희망적 분위기를 만들며 전원구조에 대해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KBS였다. 10시 12분 '선내방송 "침몰임박…탑승객 바다로 뛰어내려야"'이라는 엉뚱한 자막을 내보낸 이후 10시 19분 '190명 구조', 10시 20분 '120여명 구조', 10시 26분 '190여명 구조' 등 실제 상황과 전혀 다른 구조인원수를 보도하였다. 10시 37분에는 해경 항공기 부기장을 연결해 '대부분의 인원들은 출동해있는 함정, 지나가던 상선, 해군 함정,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조가 된 상황'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세월호 구조 다그치던 해경 항공기, 왜 25분만에 돌변했나). 10시 42분 스튜디오의 기자는 "190명까지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방금 이△△ 부기장 이야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조된 것으로 보인다 추정하고 있구요"라는 소식을 전하였다. 기자와 앵커는 반복적으로 '거의 다 구조'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10시 46분 '해군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구명장비 투척 구조 중"'이라는 자막이 방송에 나왔다. 이후 '전원 선박 이탈', '전원 탈출' 자막이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이처럼 전원구조 오보 이전인 11시 전부터 대다수 방송사들이 희망적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SBS도 10시 4분께 '인명피해는 없고…구명조끼를 모두 입고 있어'라는 기자 멘트 이후 '470여명 가운데 190명은 확실히 구조', '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바다에 뛰어들라는 선내 안내방송이 나온 직후 대부분의 승객들이 선박 밖으로, 즉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목포해경 연결>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 들었습니다' 등의 보도를 전했다.

'신원미상'이 첫 출처, MBC 뒤늦은 진실공방

MBC는 파업이 시작된 지난 9월 초 갑작스레 임원진과 노조간 '전원구조 오보 책임공방'을 벌였다. 임원진 측은 당시 오보의 책임이 모두 언론노조원 소속 현장 기자들에게 있다며 낯 뜨거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 없이 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전원구조 오보를 들먹이는 MBC 사측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전원구조 오보 경위에 대해 MBC는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서울시경 기자실에서 MBN 기자로부터 최초 인지, 단원고에서 현지 취재 중인 기자가 '맞는 것 같다고 확인 후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MBN은 감사원에 보낸 해명 자료에서 "10시 55분께 단원고 강당에서 신분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강당마이크를 통해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10시 59분 해당 기자는 이 내용을 회사로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보도국은 '11시 01분 31초경 긴급 자막 속보처리를 결정'했다. 속보 자막 처리 내용은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였다. 당일 단원고 강당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전원구조', '100% 구조' 등의 이야기를 한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있었을 수 있다.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도 해상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사가 줄줄이 오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직 설명되지 않는다.

'2학년 1반 전원구조' 무전 보고한 경찰

현장에 출동했던 단원경찰서와 고잔파출소 경찰들은 나중에 전원구조 진원지로 자신들이 지목을 받자 '전원구조 오보 관련 경찰청 입장'이라는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10시 27께 단원고 행정실에 있던 경찰은 '학부모로 추정되는 40대 여자가 전화를 걸어 '우리 애한테 2학년 1반은 다 구조됐다는 연락이 왔다'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담당 경찰은 4층 강당으로 올라가 상관에게 알렸고, '2학년 1반은 전원 구조됐다고 학생이 학부모한테 전화했답니다'라는 무전 보고를 날린다. 10시 56께 단원고 행정실에 있던 경찰관 2명은 행정실 앞에서 불상의 50대 남성이 "KBS에서 전원구조 보도 나왔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했다. 10시 57께 단원고 상황실에 있던 경찰은 112상황실에 'KBS 뉴스에서는 학생들 전원 구조 됐다고 나왔다는데 맞는지'라고 묻는다.

혼란스런 상황. 해경 본청 상황실은 9시 39분 경찰청과의 통화에서 '구조가 전부 다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일 오전 9시 30분 첫 발송된 상황보고서 이후 총 9건의 상황보고서에서 해경은 구조인원을 제대로 파악, 전달하지 못했다. 사실 확인을 채근하는 언론사의 문의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경, 해수부와 담당자들은 전원구조가 오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해수부에 파견돼 있었던 청와대 치안정책담당관 이아무개씨는 9시 34분께부터 계속 해경경비전화를 통해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10시 37분께부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고, 11시 19분에는 '전원구조'가 오보라는 사실을 본청상황실로부터 확인받는다. 그러나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했어야 하는 말 '뛰어내리세요'

지난 8월 중순 개봉한 영화 <공범자>에서도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당시 목포MBC 한승현 보도부장과 김선태 보도국장은 박상후 MBC 전국부장(현 시사제작국 부국장)에게 '전원구조가 아닐 것'이라며 사실 확인을 거듭 요청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와서 박 부국장은 모두 '언론노조원들의 잘못'이라며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 아무리 재난 상황이라고 하지만 차장, 부장, 국장까지 있는 방송사에서 편집기자, 현장기자들의 전언만으로 몇 시간 동안 그 엄청난 오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타사인 MBN 기자의 보고 내용은 정확한 팩트 체크 없이 보도하면서 자사 지역 방송사 부장, 국장의 요청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 안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고, 세월호는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해경, 해수부, 청와대와 그 많은 이들은 왜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나서 외치지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많은 사건들이 그렇듯, '전원구조 오보'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세월호 1보를 전했던 YTN 윤재희 아나운서는 자체 반성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지금 그렇게 계시면 안 됩니다. 지금 뛰어내리세요'라고 말했다면"이라며 자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만 전달했다면, 진실을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만 않았다면... 반성은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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